긴 글을 쓰고 싶어지는 이유
헤어진 뒤에는 그때 못 한 말, 오해였던 일, 미안한 일이 한꺼번에 떠오릅니다. 한 번에 다 말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글이 길어집니다.
그 글을 쓰는 일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쓰면서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쓴 글을 그대로 건네는 일은 따로 정하셔야 합니다.
받는 쪽에서 읽히는 것
긴 글은 받는 쪽에서 문장 하나하나보다 길이로 먼저 읽힙니다. 이만큼의 말에 무엇이라도 답해야 한다는 무게가 생깁니다.
아직 헤어진 이유가 날카로운 때라면 그 무게가 답을 더 미루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같은 마음이어도 짧게 건넨 말이 더 열리기 쉬운 날이 있습니다.
보내기 전에 하나로 정합니다
보내기로 했다면 그 글이 무엇인지 하나로 정합니다. 사과인지, 그때 사정을 설명하는 것인지,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인지입니다.
세 가지가 한 글에 섞이면 읽는 사람은 어디에 답해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음으로 미루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답을 요구하는 문장을 뺍니다. 꼭 답해 달라, 읽으면 연락 달라 같은 말 한 줄이 글 전체를 재촉으로 바꿉니다.
언제 건넬지
같은 글이어도 건네는 때에 따라 다르게 읽힙니다. 두 사람 글자를 놓고 보면 서로 당기는 달과 부딪히는 달이 갈립니다. 부딪히는 달에 건넨 긴 글은 설명이 변명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다 쓴 글은 바로 보내지 말고 며칠 묵혀 두세요. 다시 읽으면 빼도 되는 문장이 보이고, 그사이 건넬 달도 정할 수 있습니다.
이미 보냈다면
이미 보낸 글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보낸 일을 탓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음을 정리해 건넨 것이니 그것으로 한 번의 몫은 하신 겁니다.
보낸 뒤에는 이어 보내지 않습니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생기면 메모에 적어 두세요. 긴 글 뒤에 짧은 말이 이어지면 처음 글의 무게까지 흔들립니다.
긴 글은 열리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몇 주 뒤에야 읽히는 일도 있으니, 읽힌 시점으로 그 사람 마음을 정하지 않으시는 편이 낫습니다.
메일로 자주 받는 이야기
장문을 보냈는데 답이 없다는 메일을 자주 받습니다. 보낸 글을 그대로 옮겨 주시며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물으십니다.
그런 메일에는 글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아직 그 글이 놓일 때가 아닐 수 있다고 답장드립니다. 글을 고치는 일보다 다음 한 번을 언제 건넬지가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