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컨택이 하는 일
노컨택은 헤어진 뒤 한동안 먼저 연락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흔히 상대가 아쉬워지게 만드는 방법으로 소개되지만, 실제로 해 주는 일은 그보다 작고 확실합니다.
헤어진 직후에 보낸 말은 평소보다 무겁게 읽히고 오래 남습니다. 노컨택은 그런 말을 보내지 않고 지나가게 해 줍니다. 상대를 바꾸는 시간이 아니라 내 쪽 말을 지키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노컨택을 지켰는데 그 사람이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고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입니다.
30일, 60일, 90일 — 날수가 정해지지 않는 이유
30일이 정답이라는 글도, 90일은 지켜야 한다는 글도 있습니다. 숫자가 있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셀 수 있는 것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같은 30일이어도 두 사람에게 어떤 달이냐가 다릅니다. 한 사람에게는 일이 몰려 여유가 없는 달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마음이 풀리는 달일 수 있습니다. 날수는 같아도 그 사이에 흐르는 시간은 같지 않습니다.
사주로 보면 이 차이가 달 단위로 보입니다. 두 사람 글자가 서로 당기는 달이 있고, 부딪히는 달이 있습니다. 노컨택을 언제까지 할지는 그 달을 보고 정하는 편이 날수를 세는 것보다 낫습니다.
노컨택 중에 흔들리는 순간
가장 어려운 때는 처음 며칠이 아니라 조금 지나서입니다. 일상이 돌아오는가 싶다가 어떤 날 갑자기 생각이 몰려옵니다. 노래 한 곡, 지나가는 길, 비슷한 뒷모습 하나로요.
그런 날 연락하고 싶어지는 건 약해서가 아닙니다. 그만큼 오래 붙잡고 계셨다는 뜻입니다. 그날을 넘기고 나면 다음 날은 조금 덜합니다.
그 사람 계정을 들여다보는 것도 노컨택의 일부입니다. 보내지 않아도 매일 들여다보면 하루가 그 사람 시간에 맞춰 흘러갑니다. 들여다보는 횟수부터 줄이면 노컨택이 훨씬 덜 힘듭니다.
노컨택을 끝낼 때 보는 것
노컨택을 끝낸다는 건 다시 말을 건넬 준비가 됐다는 뜻입니다. 이때 볼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내 쪽입니다. 답이 없어도 하루가 무너지지 않을 만큼 일상이 돌아왔는지, 건네고 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는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때입니다. 지난 날수가 아니라 이 달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달인지입니다. 서로 당기는 달에 건넌 말과 부딪히는 달에 건넌 말은 같은 문장이어도 다르게 닿습니다.
메일로 자주 받는 이야기
노컨택 중인 분들의 메일에는 날짜가 자주 나옵니다. 오늘이 몇 번째 날인지, 며칠만 더 버티면 되는지 묻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메일에는 날을 세는 대신 하루를 세시라고 답장드립니다. 오늘 하루를 내 쪽으로 보냈는지를요. 그렇게 쌓인 하루가 노컨택이 끝난 뒤에 건네는 말의 무게를 정합니다.
노컨택 중에 하지 않으면 좋은 것
술 마신 날 연락하지 않습니다. 지켜 온 시간을 한 번에 쓰게 됩니다.
그 사람 지인에게 소식을 묻지 않습니다. 묻는 순간 노컨택은 그 사람에게 닿습니다.
그 사람이 볼 만한 글을 공개된 곳에 올리지 않습니다. 보내지 않았어도 보낸 것과 같이 읽힙니다.
날수를 다 채웠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연락하지 않습니다. 끝내는 날은 날수가 아니라 달이 정합니다.